"뽀뽀, 뽀뽀."

우웩. 이건 진짜 토 나올 것 같다. 히지카타는 살인적인 더위와 함께 살인 충동이 몸 속에서 들끓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슬쩍 돌리자 눈을 감고 입술을 내밀고 있는, 애인이라는 놈팽이가 보인다. 흰 머리칼을 잡아 당겨 당장에라도 바닥에 입술을 접목시키고 싶은 걸 히지카타는 초인적인 힘으로 참아냈다. 네놈 머리속엔 당최 뭐가 든지 모르겠다. 하면서도 한숨 뒤에 뒤따라온 가벼운 키스에 긴토키는 입이 찢어져라 헤벌쭉 미소지었다. 아아, 히지카타군 너무 좋아! 하고 끌어안았다가 머리를 얻어맞고 일초도 안되어 떨어지는건 덤이다. 촉 맞붙었다가 순식간에 떨어진 입술이 아쉬운 듯 긴토키는 입술을 혀로 핥았다. 질색하는 히지카타의 얼굴이 뒤따라온건 어쩔 수 없었지만.

긴토키는 말 그대로 '좋아서 죽으려' 하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도대체 영문을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담배만 뻐끔뻐끔 피웠다. 재떨이를 밀어주면서도 간접흡연의 피해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고 있는 긴토키의 말은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지 오래다. 혹시 섹스할때보다 뽀뽀에 더 흥분하는 건가? 아, 아니다. 히지카타는 불과 한시간 전 제 귀에 속삭여오던 음담패설과 반쯤 정신나간 긴토키의 얼굴을 생각하고 고개를 저었다. 슬쩍 보아하니 귀여워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먼저 해주는 스킨쉽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안 어울리게 귀여운 면이 있다.

"야, 얼굴 빨개졌다."

"아니거든!"

"어이, 무슨 생각했어? 나랑 한번 더 뒹굴고 싶다는 생각? 아저씨가 된 후로 2차는 무리라고 누누히-"

"네놈 머릿속에 든 거라곤 그것밖에 없냐!"

히지카타는 붉어진 얼굴로 재떨이를 주워들고 긴토키의 머리를 휘갈겼다. 꽤나 묵직한 재질의 재떨이가 머리를 치고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거운 정적이 해결사 사무소를 감돌았다. 긴토키가 머리를 감싸쥐고 아아, 소리를 내자 히지카타가 허겁지겁 담배를 끄고 긴토키를 살폈다.

"괜찮냐? 그러게 왜, 억!"

긴토키의 얼굴을 살피려고 몸을 바짝 숙인 히지카타의 몸이 순식간에 긴토키의 손에 의해 돌려졌다. 아픈게 언제였냐는 듯 싱글벙글 웃고 있는 얼굴과 함께 긴토키는 제 입술을 쪽 소리와 함께 맞붙히고 떨어졌다. 아, 진짜 지겹다….



긴토키가 누누히 그를 세금 도둑, 세금 도둑하고 반쯤 조롱하는 것과 달리 히지카타는 하는 일이 (매우) 많았다. 양이지사 체포나 문서 처리와 같은 공식적인 업무와 함께 부원들 통솔이나 기강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이고 땡땡이친 오키타를 잡으러 가는 부가적인 업무까지, 말 그대로 '눈 코 뜰새 없이' 바빴다. 그랬던 히지카타와 긴토키가 만나는 것은 그가 비번인 날이 대부분이었다. 혹은 그들의 관계는 아무도 말 한적은 없었지만 공공연했기에 긴토키가 진선조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어쩌다 대원들의 휘파람과 함께 부장과 잘 되어가냐고 긴토키에게 묻는 말에 긴토키가 '너네가 아는 부장은 히지카타의 백분의 일도 안 될걸.' 하고 능글맞게 대답하는 걸 히지카타가 안다면 눈이 뒤집어질것은 물론이었다. 히지카타는 아직도 잘 숨겨왔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뭐야! 말도 없이 웬일이냐."

"우리가 뭐 말 하고 찾아올 사이인가? 그렇지, 국장님?"

긴토키는 어깨를 으쓱이며 옆에서 단도를 매만지던 곤도에게 동의를 구했고 곤도는 언제나처럼 호탕하게 웃으며 암, 그럼! 했다. 히지카타는 시선을 어디둘지 몰라하다가 결국 긴토키에게 고정한 후 찢어죽일 눈을 한다. 히지카타의 당황한 눈을 보자 갑자기 이상한 충동이 들끓기 시작했다. 성희롱 하고 싶다……. 히지카타가 누누히 말하는 것처럼 어쩌면 자신이 진짜 변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진짜 도S는 문 밖에 있는데 말야, 음.

사실 긴토키가 오늘 진선조에 온 것은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날이 너무 더워 밖에 사람도 나다니지 않아 의뢰도 없고, 카구라와 신파치는 2박 3일로 타에와 함께 여행을 떠난지 오래여서 심심했다. 같이 갈수도 있었지만 몇 달치 밀린 월급 독촉을 여행가서까지 받기는 싫어서 그냥 둘만 보내버렸다. 뭣보다, 히지카타를, 일분 일초 매일 눈 앞에 두고 싶은 애인을 못 본지가 이주가 넘어갔단 말이다! 물론 나라의 세금을 축내느라 바쁜건 누구보다도 잘 안다만, 이건 너무했지.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비번이었던 날 해결사 사무실을 떠나며 유카타를 챙겨입던 히지카타가 등을 보이며 한 말은 '바빠질 것 같으니 둔영에 오지말고 내가 먼저 찾아갈때까지 가만히 있으라'는 거였다. 너무나 일방적인것이 아닌가.

당장 이런 수상한 발걸음을 한 이유를 한 이유를 대라는 듯 죽일 듯한 눈을 하고 있어서 무어라 답은 해 주어야 할 것 같은데, 정말 오늘은 이유가 없다. 사실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수상해 보이니까 둔영에 오지 말라고 했던말은 벌써 잊어버렸다. 내가 심심한 게 더 중요하지. 그리고 어차피 다 아는데.

"이렇게 매번 해결사에 오는 걸 보면 둘이 아주 싫어하는 건 아닌가봐, 하하!"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저 세금 도둑이 날 너무 좋아한다고."

"한번만 더 나불대면 베어버린다."

진짜 죽는다. 입모양으로 경고하는 히지카타의 미간에 모인 힘줄이 터질 지경을 한다. 긴토키는 어깨를 으쓱하며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모아 다른 한쪽 손으로 엄지를 넣었다가 빼는 시늉을 했다. 우당탕 소리와 함께 책상의 온갖 서류들과 재떨이가 엎어지고 히지카타가 주먹을 쥔 채로 긴토키의 위에 올라타는데에는 일초도 안 걸렸다.

"으아악! 이게 뭐하는 짓이야, 토시!"

"나가… 나가 줘, 곤도상. 나 오늘 이 놈팽이하고 끝장 봐야겠으니까."

"오, 무슨 끝장? 내가 생각하는 그거?"

히지카타의 화르륵 얼굴이 타는 소리가 곤도의 귀에까지 들어갈 판이었다. 곤도는 방바닥을 기듯 해서 문을 열고 나갔다. 남은 건 이글이글 불타는 히지카타의 눈만 아니었다면 남들이 보면 오해할만한 포즈를 하고 있는 둘이었다. 제 페이스를 찾은 긴토키가 씩 웃으며 히지카타의 팔목을 붙잡았다.

"어이, 경찰나으리. 섭섭하다고. 보고싶지도 않았어?"

"보……. 후. 이딴짓을 하는데 보고 싶겠냐? 둔영에 오지 말라고 한 말을 어디로 들은거냐, 네 녀석은?"

"히지카타군이 보고 싶어서 꿈에도 나오는 걸 어떡해. 이래뵈도 마음은 아직 첫사랑하는 사춘기 소녀마냥 여리다구."

뒷말만 아니었으면 진짜 설렐 뻔 했다. 히지카타는 부정하지 않았다. 입 밖으로도 내진 않았지만 히지카타가 제 말에 풀어진 걸 알 수 있었다. 감정이 얼굴에 너무 쉽게 드러난다, 이 겉과 속 다른 제 귀여운 연인은.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허리를 붙잡고 부드럽게 입을 포갰다. 과중한 업무에 거칠어질법도 한데 여전한 히지카타의 부드러운 입술에 긴토키는 내심 감탄했다. 와, 이주 만에 키스한다. 장거리도 아닌데, 진선조 부장님이랑은 연애하기도 힘들구만. 키스하며 몸을 눕히자 아래에 있던 히지카타가 갑자기 버둥거렸다. 긴토키는 자신이 제복 단추를 만지작거려서인지, 아니면 부푼 제 아래가 느껴져서인지 궁금했다. 사실 여기는 정말 장소가 아니긴 하다. 물 불 안가리는 긴토키라지만 지금은 조금 머리가 지끈거렸다. 머리와 달리 본능은 충실한게 문제지만. 긴토키가 입술을 떼자 히지카타가 달아오른 얼굴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랫도리가 머리에 있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뭐냐, 네놈은?"

"아, 몰라. 그러게 진작에 만나주셨어야죠."

"여기가 어딘지 자각은 하고 있는건가 진심으로 궁금한데."

"그래서 싫어?"

"몰라서 묻는거냐, 지금?"

"이주간 안 만나준 히지카타군이 눈 앞에서 뻥 차버린 충격에 상처받아서 사흘 밤 낮 잠도 못 잘 거라구, 나…."

긴토키가 우는 소리를 하자 히지카타가 약해진 얼굴을 한다. 그 새에 긴토키의 손이 히지카타의 제복 바지에 와 닿자 히지카타가 기겁을 했다. 긴토키가 바짝 몸을 숙여 히지카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안 넣을게, 빼기만… 응? 히지카타가 걸어잠근 문을 노려보며 양 팔로 얼굴을 가렸다. 제가 뭐라하든 끝장을 볼 놈이다….

"사랑해, 히지카타!"

히지카타는 일을 할 때 무척이나 예민해서 대원들이 문 근처에도 오지 않는게 다반사였다. 그럼에도 오는건 그래도 되는 곤도 혹은 욕지거리를 들어가면서도 꿋꿋히 오는 오키타 정도인데, 오키타는 오늘 비번이라 둔영에 없으니 괜찮지 않을까… 긴토키의 콧노래와 함께 바지가 슬슬 내려가는 걸 느끼며 히지카타는 얼굴이 뜨거워져 터질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빨리 하고 끝내, 윽… 건드리지마, 거기!"

"다리 조금만 더 벌려봐…. 응. 그렇게."

곧이어 터질듯 부푼 성기가 허벅지 사이로 들어찼다. 허리를 움직이는 긴토키의 숨소리가 가빠지고 히지카타의 무릎을 꽉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윽, 이거 기분이 되게 이상한데. 히지카타는 붉게 달아오른 허벅지 사이의 열과 마찰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차라리 입으로 하는 게 나을 뻔 했다고 생각했다. 그럼 이 상황에서 제가 흥분하는 일 같은 건 없었겠지… 꺼떡이는 성기가 느껴져서 히지카타는 죽고싶었다. 망했다. 긴토키가 가쁜 한숨과 함께 파정했다. 안 그래도 초점없는 눈이 몽롱하게 풀려있다.

"어, 히지카타.."

"닥쳐. 한마디만 더하면 할복이다…."

"뭐하는 겁니까, 지금?"

허억! 둘이 꿰에 찌인 생선처럼 화들짝 떨어졌다. 제복이 아닌 유카타를 입은 오키타가 문을 딴 검집을 돌리며 우스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둘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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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긴] tug of war  (0) 2016.10.01
Posted by G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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